설날 저녁, 남편이 "여보~ 보고 싶은 다큐가 있어요~"라고 한다.
그렇게 보게된 <어른 김장하>
제목을 보면서 '뭐지, 김장하?'라는 생각이 스쳤다. '김장하'라는 이름 석 자와 '어른' 이라는 수식어가 좀 평범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를 다 보고나니 '이보다 더 적절한 제목은 없었겠다'는 생각이다.
살아가며 진정한 '어른'이 되기란 얼마나 힘든가?
지원하되 간섭하지 않는 어른!
채우고 비우기 위해서 돈을 버는 어른!
아픈 사람한테서 번 돈, 함부로 쓸 수 없었던 어른!
나이가 많다해서 모든 사람이 ‘어른’ 일까?
'어른 김장하'는 드러내기 싫어하는 그의 삶을 한걸음 떨어져 조명한다. 잔잔하지만, 그 잔잔함 속에 큰 가르침이 있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매 초 마다 쏟아져 나오는 오늘날, 내게 "정신차려!" 하며 뒤통수를 후려친다.
엔딩이 올라간 후, 남편이 내게 묻는다.
"여보, 저렇게 살 수 있겠어요?"
"아뇨, 나는 억울해서 못 살거 같아요"
다큐 말미에 나온 장면에 아직도 화가 치민다.
"김장하 씨, 당신 빨갱이 짓해서 죄송하다고 국가에 반성문 써서 제출해."
선생님은 난데없이 걸려 온 어이없는 이 전화에 놀랄 법도 하지만, 덤덤하게 전화를 끊는다. 누군가 곁에서 찍지 않았다면 이 상황도 그냥 묻혔겠지.
선생님은 선행과 마찬가지로 자신에 대한 험담도 가슴에만 품으셨을테니...
결국 세월이 증명해 준다며 일일이 반박하지도 않고, 오히려 그의 이름을 자기 입으로 말하는 것이 부끄럽다고 말씀하신다.
선생님은 '돈은 모으지 않고 흩뿌려야 거름이 된다'는 신념으로 60년간 한약방에서 번 돈을 고스란히 사회에 환원한다.
다큐를 보면서 궁금해졌다. 선생님의 부모님과 가족, 그리고 선생님이 청년 시절부터 이런 생각들을 가지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내가 참 좋아하는 말 중에 '사부작 사부작'이란 말이 있다. 선생님이 인터뷰 중에 산을 오를때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사부작사부작 꼼지락꼼지락 가면 된다"라고 아이같이 말씀하신다. 검은 큰 눈동자를 깜박이며 천진난만한 미소로. 나는 보는내내 선생님의 웃음이 참 좋았다.
2022년 5월 31일. 진주 ‘남성당한약방’의 문은 닫힌다. 그렇지만 진주에 가게 되면 꼭 가고 싶은 곳으로 저장해 둔다. 선생님이 마지막 날, 셔터를 내린 뒤 환하게 웃으며 차를 타기 전 '경례'하는 장면, 그리고 사부작사부작 천천이 걸어가는 모습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듯 하다.
그리고 "장학금을 받았지만 특별한 인물이 되지 못해 미안하다"는 어느 장학생에게 선생님은 "그런 것을 바란 게 아니다. 우리 사회는 평범한 사람들이 지탱하고 있다"고 격려하신 말씀 또한, 내 삶이 힘들고 생각이 막힐때 큰 힘으로 작용할 것이다.
"아무도 칭찬하지도 말고 나무라지도 말고 그대로 봐 주기만 하라"고 말씀하시는 '어른 김장하'
그의 인생을 잠시 함께하며, 각다분한 우리 세상에서 '진짜 어른'이 무엇인지 곱씹게 됐다.
그런데 선생님을 닮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엄두가 안 난다. 하지만 경남 MBC다큐 '어른 김장하'를 안 봤으면 모를까 본이상 참어른으로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보려 한다.
김장하 선생님처럼, 사부작사부작, 꼼지락꼼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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