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언제나 식기 전에 밥을 먹었었다.
얼룩 묻은 옷을 입은 적도 없었고
전화로 조용히 대화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원하는 만큼 잠을 잘 수 있었고
늦도록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날마다 머리를 빗고 화장을 했다.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어떤 풀에 독이 있는지
신경 쓰지 않았었다.
예방주사에 대해선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누가 나한테 토하고
내 급소를
때리고 침을 뱉고
머리카락을 잡아 당기고
이빨로 깨물고 오줌을 싸고
손가락으로 나를 꼬집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었다.
내 생각과 몸까지도.
울부짖는 아이를 두 팔로 눌러
의사가 진찰을 하거나 주사를
놓게 한 적이 없었다.
눈물 어린 눈을 보면서
함께 운 적이 없었다.
단순한 웃음에도 그토록
기뻐한 적이 없었다.
잠든 아이를 보며 새벽까지
깨어 있었던 적이 없었다.
아이가 깰까봐 언제까지나
두 팔에 안고 있었던 적이 없었다.
아이가 아플 때 대신
아파 줄 수가 없어서
가슴이 찢어진 적이 없었다.
그토록 작은 존재가
그토록 많이 내 삶에 영향을
미칠 줄 생각조차 하지 않았었다.
내가 누군가를 그토록 사랑하게
될 줄 결코 알지 못했었다.
내 자신이 엄마가 되는 것을
그토록 행복하게 여길 줄 미처
알지 못했었다.
내 몸 밖에 또 다른
나의 심장을 갖는 것이
어떤 기분일지 몰랐었다.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감정인지 몰랐었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그 기쁨,
그 가슴 아픔,
그 경이로움,
그 성취감을 결코 알지 못했었다.
그토록 많은 감정들을.
내가 엄마가 되기 전에는 ...
☆류시화☆
"다시 태어나도 내 딸의 엄마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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